"이야~압!"

기합소리가 정적을 가르고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돈다. 그리고 죽도가 맞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무도관을 쩌렁쩌렁 울린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그에 순응하는 것, 그게 검도의 길에서 제가 얻은 철학입니다."

제주시 일도1동에서 "명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사 김경숙(49)씨.

7년째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으로 활동해 환경운동가로 더 알려진 김씨의 손에는 매일 밤 죽도 한 자루가 들려 있다.

10㎏에 가까운 호구를 차고 1~2시간 내내 수련에 매달린 지 이제 12년째. 4단의 실력이다.

그는 1993년 어느 가을 날 신문에 난 검도 소개기사를 읽고 막연한 신비감 속에 검도관의 문을 두드렸다. "막노동"이나 가까울 정도로 고단한 치과의사 생

활로 몸도 지쳤고, 마음도 힘들어져 갈 무렵이었다.

죽도를 들고 하염없이 허공만 가르는 것이 시작이었다.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흐르는 땀으로 죽도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검도는 그에게 "욕심을 버리는 것이 도(道)"라는 것을 서서히 일깨워 줬다.

"대학에서 산악부 활동을 하며 매료된 산에만 빠져 들었다가 뒤늦게 만난 "검의 세계"였죠. 자연이 내게 던진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차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 온 묵상과 그의 검 수련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의 체력을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정신력 또한 강해진 것은 당연한 일. 엄마가

느낀 감동은 자연스레 두딸까지 검 수련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대학 1년생과 고교 3년생인 두딸은 각각 초단과 1급 수준이다.

""맞으면 감사하고, 때리면 반성한다"는 검도계의 격언을 새긴다"는 그는 "대련 때 욕심이 앞서면 상대방을 타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자연을 거스르는 인

간의 욕망은 얼마 못 가 자연으로부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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