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세의 중요성과 위력에 관한 짧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이찌끼라는 소년은 하루 아침에 불량 낭인의 칼에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었다. 이찌끼의 부모와 형제들을 죽인 불량배는 그 마을에 살고 있었지만, 어린

소년의 힘으로 복수를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생각다 못한 이찌끼는 소문을 듣고 훌륭한 검도 스승을 찾아 산속을 들어갔다.

산에서 만난 스승은, 이찌끼가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일주일 동안을 들은 척도 안하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이찌끼가 거의 아사 직

전에 이르러서야, 스승은 슬그머니 문을 열더니, 밥을 짓게 가서 물을 떠오고, 장작을 패 아궁이에 불을 지피라고 분부를 내렸다.

정신이 번쩍 난 이찌끼는 그 때로 부터 3년 동안을 오직 장작 패고 물 깃고 밥하는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 3년 동안은 칼은 고사하고 나무가지 하나도 들리

지 않았고, 검도의 검자도 입에 낼 수가 없었다. 한번은 검도를 왜 안 가르쳐주시냐고 물었다가, 기절할 정도로 사부님께 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찌끼는

산 속에서 물을 깃고 장작을 패는 등, 험한 생활을 견디어내면서, 강하고 튼튼한 젊은이로 변모되어 있었다.

3년이 지나서야 이찌끼는 나무를 험하게 깍아,대강 칼 모양을 만든 작대기 같은 목검을 잡아 볼 수 있었다.그런데 검도를 가르치는 사부는 휘두르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고, 중단 자세만을 취하라고 시킨 후에 그저 이리 저리 스쳐지나가면서 머리고, 어깨고 손목이고, 닥치는대로 작대기로 후려쳤다.손목을 정

통으로 맞을 때면 피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

혹시 머리로 날라오는 칼을 팔을 들어 받아 막는 날이면 그날은 저녁을 못 먹는 날이었다. 사부님 왈" 이놈이 어디 건방지게 칼을 들어! 이 눔아 중단만 잘

잡아봐 왜 내 작대기에 맞냐! 네 놈이 중심을 허술하게 하니까, 작대기가 널 따라다니는거야! 이 미련 곰딴지 같은 놈아!" 사부님의 꾸중은 산천을 찌렁찌

렁 울려 퍼졌다.

하루 종일 일하고, 또 검도 연습에-연습이라는 것이 목검을 중단에 들고 맞는 일이 다지만-저녁까지 못 먹을 때면, 저절로 눈물이 나 소리없이 잠자리에

서 울곤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찌끼는 칼을 들어 막지 않고, 중단 자세로만으로도 점차로 사부님의 작대기를 맞는 회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중요한 것은 지레 겁을

먹지 않는 담대함이었다. 하두 맞다보니 어차피 맞을 것...하는 담력이 생겨났다.

그 뿐 아니라, 스승의 타격의 기미와 기세가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치려고 들어 올 때 조금 물러나면서 타격의 거리를 안주니 그 뿐이었다. 아니면, 스

승 보다 한 박자 빨리 중단세로 다가서면, 치려고 들어 올리는 작대기 자체를 제압하거나 흘려버리므로 타격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또 3년이 지났다. 아무리 중단세를 잘 갖추어 덜 맞게 되었다 할지라도, 이건 너무한다는 생각이 이찌끼의 마음 속에 들었다. 이렇게 보내는 세월

이 허송세월을 하는 것만 같아, 결국 생각다 못해 스승 몰래 산을 내려오기로 하였다.

급하게 산을 내려 오는데, 왠 낯선 불량해 보이는 무사를 만났다. 가진 것이라고는 옷 보따리 밖에 없었는데, 그는 이 옷 보따리를 돈 보따리로 생각했는

지, 다짜고짜 칼을 빼들고, 이찌끼를 공격하였다. 이찌끼는 스승이 나중에 주겠다는 검을 몰래 들고 나왔으므로, 엉겁결에 그 칼을 뽑아들었다.

불량무사가 아무리 칼을 들어 치려해도 별 움직임도 없이 칼을 이리 저리 흘려버리며, 잽싸게 뒤로 물러서는 이찌끼에게 한편으로 놀라기도 했지만, 낭인

은 약이 오를대로 올랐다. 진검이 처음인 이찌끼의 겁 먹은듯한 표정에 들뜬 낭인은, "요까짓 놈이야" 하고 단칼에 베어버리겠다는 듯이 두 손을 번쩍 치켜

들고 달라들었다.

그 순간, 이찌끼는 중단세를 한 채, 그 보다 한 박자 빠르게 그냥 앞으로 낭인을 향해 다가섰다. 아주 짧은 찰라의 순간 낭인의 칼이 이찌끼를 내려치기 직

전, 이미 이찌끼의 중단세의 칼은 그의 가슴을 깊숙히 찌르고 있었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태였다. 찌르겠다고 다가선 것이 아니고, 그저 스승의

작대기를 누르거나 흘리려 들어가듯이, 상대에게 다가선다는 것이, 상대의 가슴을 찌르게 된 것이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단 칼에 요절을 내겠다고 앞으로

달려오는 가속도로 칼 끝은 상대의 가슴을 관통하여, 등 뒤로 나가 있었다.

앞에 쓰러져 죽어가는 낭인을 자세히 보니 그는 바로 자신의 부모와 형제를 죽인 그 원수였다. 이찌끼는 아직도 덜덜 떨리는 손발을 진정시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결국 자신을 가르친 스승이 옳았던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깊이 뉘우친, 이찌끼는 다시 스승을 찾아 자초지종을 아뢰고, 사죄의 매를 맞으려 스승 앞에 섰다. 그러나 스승은 정말 처음으로

이찌끼 앞에서 빙그레 웃더니, 이찌끼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 이눔아 언제까지 그렇게 하구 서 있을끼여! 배고파 죽겠어. 이 미련 곰탱이 같은 놈

아, 얼른 밥 안하고 뭐하고 있어!" 벽력같은 소리에 이찌끼는 정신이 번쩍들어 물을 길어오기 위해 밖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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